세계 최강의 군대와 맞선 고려
13세기, 세계 최강의 군대라 불린 몽골 기병이 동아시아 전역을 휩쓸었습니다. 1231년부터 시작된 몽골의 고려 침입은 40여 년간 이어지며 나라 전체를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습니다. 왕실은 강화도로 천도하며 시간을 벌었지만, 전국 곳곳에 흩어져 살아가던 백성들에게는 살아남는 것 자체가 전쟁이었습니다. 이 글은 대몽항쟁 속에서 민초들이 산성과 섬에 숨어 어떻게 삶을 이어갔는지, 그 치열한 생존의 흔적을 살펴봅니다.
몽골의 침공(출처:최종병기 활) |
몽골 장수(출처:최종병기 활) |
1. 산성으로 피난 – 고려식 생존 요새
고려 사람들에게 산성은 단순한 군사적 방어 시설이 아니라 생활을 위한 피난처였습니다. 몽골군의 기병은 평야에서는 무적이었지만, 험준한 산성과 계곡에서는 기동력이 크게 제한되었습니다.
주민들은 마을을 버리고 가까운 산성으로 집단 이동했습니다.
산성 안에서는 곡식을 미리 저장해 두고, 장기간의 포위에 대비했습니다.
산 주변의 나무, 약초, 산나물은 중요한 생존 자원이었습니다.
그러나 장기 포위가 이어지면 식량은 바닥나고, 굶주림은 또 다른 적이 되었습니다. 산성 생활은 안전했지만 동시에 끊임없는 고통이었습니다.
2. 섬으로의 도피 – 바다가 지켜준 피난처
몽골군은 기병 중심의 군대였기 때문에 섬으로 건너오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고려 왕실이 강화도로 천도한 것도 같은 이유였습니다.
백성들 역시 서해와 남해의 크고 작은 섬으로 몸을 피했습니다.
섬에서는 바다에서 얻은 생선, 조개, 미역 등 해산물이 주된 식량이 되었습니다.
농경은 제한적이었지만, 바다 자원이 주민들의 생존을 지탱했습니다.
섬은 단순히 일시적 피난처가 아니라, 전쟁 기간 동안 생활 근거지로 자리잡았습니다. 전쟁 이후에도 일부 주민들은 섬에 그대로 정착해 새로운 공동체를 이루었습니다.
3. 생활의 어려움 – 굶주림과 질병
산성과 섬에 모여든 인구는 평소보다 몇 배나 많았습니다. 좁은 공간에 몰려 살다 보니 굶주림과 질병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산성 안에서는 말린 곡식과 나무껍질죽, 산나물로 연명했습니다.
섬에서는 해산물에 의존했지만, 겨울철에는 식량이 부족해 고생했습니다.
위생 환경이 나빠져 전염병이 퍼지기도 했습니다.
몽골군의 화살보다 더 무서운 것은 때로는 굶주림과 병마였습니다.
4. 공동체 협력 – 함께 버틴 생존
산성과 섬에서의 생활은 개인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했습니다. 공동체가 힘을 합쳐야 했습니다.
곡식은 공동 창고에 저장해 나누어 사용했습니다.
마을 단위로 물을 길어오고 불을 관리했습니다.
아이와 노인을 우선 보호하며, 공동 육아와 돌봄이 이루어졌습니다.
일부 주민들은 교대로 성을 지키며 방어에 나섰습니다.
이러한 협력 없이는 장기간의 대몽항쟁을 버틸 수 없었습니다. 공동체의 결속이 곧 생존의 기반이었던 셈입니다.
고려의 항전(출처:최종병기 활) |
5. 청야 정책 – 불타버린 마을
몽골군의 침입을 막기 위해 고려 정부는 종종 청야(淸野) 정책을 썼습니다. 적에게 자원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농토와 마을을 스스로 불태우는 방식이었습니다.
백성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산성이나 섬으로 이동해야 했습니다.
불탄 땅은 전쟁이 끝난 뒤에도 재건이 쉽지 않았습니다.
주민들에게는 청야 정책이 또 다른 고통이었지만, 동시에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
백성들의 삶은 늘 불타는 들판과 폐허 위에서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6. 전쟁 후의 귀환과 재건
몽골과의 긴 전쟁 끝에 고려는 결국 원(元)과의 종속적 관계를 맺으며 항쟁을 끝냈습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났다고 해서 백성들의 고통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돌아온 마을은 불타고 황폐화되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집터를 다시 고르고 흙과 나무로 초가를 지어 임시 거처를 마련했습니다.
농토를 개간하고 우물을 다시 파며 생존 기반을 복구했습니다.
산성과 섬에서 형성된 공동체적 협력은 전후 재건에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고려가 완전히 무너지지 않고 이어질 수 있었던 힘은 결국 백성들의 재건 의지였습니다.
7. 현대와의 연결 – 장기 위기 속 생존의 지혜
대몽항쟁 속 민초들의 삶은 오늘날에도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 산성 피난 → 장기 재난 대비 거점 마련
- 섬 생활 → 대체 자원 활용 능력
- 곡식 은닉과 저장 → 위기 대비 식량 관리
- 공동체 협력 → 재난 속 사회적 안전망
전쟁이나 재난이 닥쳤을 때, 결국 사람을 지키는 것은 군사력만이 아니라 서로를 지키는 공동체의 힘임을 보여줍니다.
마무리 – 이름 없는 민초들이 지탱한 고려
고려 대몽항쟁의 기록에는 왕과 장수의 이름이 주로 등장합니다. 그러나 진짜 역사를 이어간 주인공은 산성과 섬에서 추위와 굶주림을 버텨낸 민초들이었습니다.
- 불타버린 마을에서 다시 집을 짓고,
- 움막과 섬에서 아이를 키우며,
- 공동체의 힘으로 역경을 견딘 사람들.
그들의 생존력이 없었다면 고려라는 나라는 오래전에 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대몽항쟁의 진짜 이야기는 전쟁의 승패가 아니라, 민초들이 버텨낸 삶의 힘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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