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도 다이어트가 있었다? 절제와 건강의 지혜

다이어트, 현대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우리가 흔히 다이어트라고 하면 떠올리는 장면은 요즘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모습, 다이어트 보조제를 찾는 광고, 혹은 SNS 속 식단 관리 기록일 겁니다. 그런데 의외로 이 고민은 현대인만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조선시대 사람들도 ‘건강’과 ‘체형 관리’를 중요한 문제로 생각했고, 실제로 살을 빼거나 몸을 다스리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지요. 다만 오늘날의 다이어트가 외모와 미용에 더 비중을 두는 것과 달리, 당시에는 건강·수양·절제라는 가치와 깊이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1. 조선시대 사람들이 추구한 미의 기준 

 조선의 미의식은 지금과 조금 달랐습니다. 남성에게는 건강하고 장수할 수 있을 것 같은 체격이 중요했고, 여성에게는 갸름한 얼굴, 가늘고 긴 손발, 균형 잡힌 몸매가 이상적이라 여겨졌습니다. 『규합총서』 같은 생활백과서에서는 여성이 아름다워 보이려면 옷차림뿐 아니라 얼굴 윤곽과 체형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지요. 

 물론 ‘살집 있는 체형’이 부(富)의 상징이 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잘 먹을 수 있다는 건 곧 경제적 풍요를 보여주는 지표였으니까요. 하지만 지나친 비만은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게으름과 무절제를 드러내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적당히 절제된 몸매가 곧 ‘교양 있고 단정한 사람’의 이미지와 연결되었습니다.

신윤복-미인도
신윤복의 미인도







2. 조선시대 다이어트 방법 – 한방, 식이, 생활 습관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을 썼을까요? 크게 세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한방(韓方) 요법

『동의보감』에는 몸을 가볍게 하고 체중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여러 처방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 결명자차: 눈 건강에 좋다고 알려졌지만, 동시에 이뇨작용으로 체내 노폐물을 빼주는 효과가 있어 몸을 가볍게 하는 데 쓰였습니다. 
  • 산사(山楂): 소화를 촉진해 과식으로 생긴 체중 증가를 조절하는 데 활용. 
  • 창출(蒼朮): 몸 속 습기를 없애고 부종을 줄이는 약재로 애용. 

오늘날의 한방 다이어트와 이어지는 전통이 이미 조선시대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식이 요법 

조선시대에도 식습관 관리가 다이어트의 핵심이었습니다. 

  • 곡식 줄이고 채소 위주: 곡물은 적당히 먹되, 기름진 고기보다는 채소 반찬을 늘렸습니다. 

  • 죽(粥): 체중 조절이나 병후 회복기에 먹는 대표적인 음식. 소화가 잘 되고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식으로 애용되었습니다. 

  • 절식 문화: 지나친 음식을 삼가고 ‘소식(少食)’을 미덕으로 삼는 풍토가 있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다이어트가 아니라 건강과 정신 수양의 방법이기도 했습니다.



(3) 생활 습관 요법 

운동과 땀 배출도 다이어트에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 걷기와 승마: 양반층에서는 승마, 서민층에서는 걷기가 대표적인 운동이었지요. 
  • 온돌방 땀빼기: 오늘날의 사우나처럼 온돌방에서 땀을 흘려 노폐물을 배출하는 생활 습관이 있었습니다. 
  • 야식 금기: 밤늦게 과식하는 것은 건강에 해롭다고 여겨 금기시했습니다. 






3. 왕과 양반들의 체중 관리 

왕과 양반 계층은 음식이 풍족했기 때문에 오히려 다이어트의 필요성이 더 컸습니다. 

  • 세종대왕: 성군으로 알려진 세종도 비만과 당뇨에 시달렸습니다. 그는 병세가 악화되지 않도록 음식 절제를 권유받았지만, 건강 문제는 끝내 평생을 괴롭혔습니다.

  • 정조: 강건한 체력으로도 유명했던 정조는 일정한 식단을 지키며 몸을 관리했습니다. 과식하지 않고 규칙적으로 생활하며 학문과 정치에 전념한 것이죠. 
  • 양반 학자들: 유교적 가치관에 따라 “대식은 마음을 흐리게 한다”는 철학이 있었습니다. 적게 먹고 절제하는 생활이 학자의 기본 덕목이자 건강 유지의 비결이었습니다. 

즉, 다이어트는 단순한 외모 관리가 아니라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자기 수양’으로 여겨졌던 셈입니다. 







4. 다이어트의 사회·문화적 의미 

조선시대의 다이어트는 미용보다 건강과 수양 중심이었습니다. 음식을 절제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것은 단순히 몸매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는 도덕성과 직결되었습니다. 몸을 잘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은 마음도 다스리지 못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오늘날 우리가 다이어트를 통해 ‘자신감’을 얻듯, 조선시대 사람들도 다이어트를 통해 ‘수양과 단정한 인격’을 표현했습니다. 차이는 목적의 비중일 뿐, 몸을 관리하려는 인간의 본능은 시대를 초월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5. 흥미로운 뒷이야기 

  • 민간 전승 다이어트 비법: 아침 일찍 일어나 맑은 물을 마시거나, 특정 나물을 꾸준히 먹으면 몸이 가벼워진다고 믿었습니다. 

  • 혼례와 다이어트: 시집가는 신부는 체형 관리에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지나치게 살집이 있으면 움직임이 둔해 보이고, 이는 곧 가정살림을 못한다는 인식과 연결되기도 했습니다.

  • 운동 문화: 격구(말타고 하는 공놀이)나 석전(돌던지기 놀이) 같은 활동이 운동 겸 놀이로 행해져 자연스럽게 체력 관리와 체중 관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6. 오늘날 우리가 배울 점 

조선시대의 다이어트법은 단순히 살을 빼는 기술이 아니라 삶의 태도와 맞닿아 있습니다. ‘소식(少食)’, ‘절제’, ‘자연스러운 생활습관’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한 원리입니다. 

현대 사회는 빠른 효과를 내는 극단적 다이어트가 넘쳐나지만, 조선시대의 지혜는 오히려 우리에게 “꾸준함과 절제”의 중요성을 일깨워줍니다. 잘 먹고 잘 쉬되, 지나치지 않는 것. 그것이야말로 수백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건강관리의 핵심일 것입니다. 







마무리

다이어트는 21세기 유행어 같지만, 사실은 인류의 오랜 숙제였습니다. 조선시대 사람들도 아름다움과 건강을 위해 저마다의 방식으로 몸을 관리했습니다. 오늘 우리가 다이어트에 지쳐 있다면, 오히려 옛사람들의 절제와 소식의 지혜에서 힌트를 얻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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